같은 회사를 다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따로 노는 걸까?
한 회사에 함께 다니고 있지만,
회의에서 만난 마케팅팀과 개발팀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들 같다.
업무 목표도 다르고, 말하는 언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
정보는 공유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이해는 점점 줄어든다.
이 상황은 너무도 흔하고, 너무도 치명적이다.
이처럼 조직 내부의 각 부서가 고립되고,
‘우리 일’만 챙기는 구조로 굳어지는 현상을
사일로 효과(Silo Effect)라고 부른다.
사일로 효과란?
사일로 효과는 조직 내 부서 간 협업 부재와 정보 단절을 의미한다.
'사일로(Silo)'는 원래 곡물 저장용 탑을 뜻하는데,
각 탑이 완전히 독립돼 있어 내용물이 섞이지 않는 것처럼,
조직도 각 부서가 벽을 치고 자신들만의 목표와 논리로 움직이는 구조를 말한다.
이 현상은 대기업, 공공기관,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며,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저하, 혁신 둔화, 조직 내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왜 사일로 효과가 생기는가?
1. 부서별 KPI 중심 구조
성과 평가가 부서별로 분리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부서 목표’가 최우선이 된다.
협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외부 협조는 ‘시간 낭비’로 간주된다.
2. 커뮤니케이션 부재
정기적인 회의와 정보 공유 프로세스가 없다면
각 부서는 자신들만의 언어와 보고 체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공통의 목표는 사라지고, ‘우리 vs 그들’ 구도가 형성된다.
3. 리더십 구조의 단절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약하거나,
부서장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부서 간 교류는 더욱 단절된다.
4. 문화적 요인
“원래 그런 문화야”, “우리는 항상 이렇게 해왔어”
보이지 않는 조직문화가 사일로를 더욱 강화시킨다.
사일로 효과의 실제 사례
1. 글로벌 IT기업 A사
개발팀과 디자인팀 간의 협업이 완전히 단절돼,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이 출시되고,
고객 불만이 폭증해 리뉴얼에 수십 억이 추가로 투입됨.
2. 국내 제조업체 B사
영업팀이 고객의 니즈를 기술팀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불필요한 기능이 탑재된 상품이 연이어 출시됨.
사내에서는 “그건 우리 일이 아니었잖아”라는 핑계가 일상화됨.
사일로 효과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 의사결정 지연
각 부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늦어진다. - 중복 작업과 리소스 낭비
동일한 데이터를 따로 관리하거나,
유사한 기능을 각 부서에서 별도로 개발하는 경우 발생. - 창의성 저하
다양한 관점이 섞이지 않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라진다.
이직률 상승
부서 간 갈등이 심해질수록
구성원은 조직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이탈한다.
나는 어떻게 사일로에 갇혀 있었는가?
과거 일할 때, 기획, 개발, 마케팅팀을 동시에 조율하는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
문제는, 각 팀이 서로의 존재를 ‘협조 대상’이 아닌
‘방해 요인’으로 인식한다는 점이었다.
회의에선 ‘그건 개발팀이 알아서 해야죠’,
‘홍보는 우리 쪽에서 손대지 마세요’라는 말이 오갔다.
각자의 업무 효율은 높았지만,
프로젝트 전체 완성도는 항상 중간 이하였다.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목표 정렬 워크숍’과
‘성과 공유 브리핑’을 매주 진행하며
조금씩 장벽을 허물 수 있었다.
사일로 효과를 해결하려면?
1. 공통의 목표 설정
모든 부서가 공유하는 ‘조직 전체의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부서별 KPI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2. 횡적 커뮤니케이션 강화
정기적인 부서 간 회의, 크로스 팀 미팅, 슬랙이나 노션 등 협업툴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
3. 조직문화의 리디자인
“우리는 하나의 팀이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하고,
수평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교육과 리더십 변화가 요구된다.
4. 리더의 역할 확대
팀장이 아닌 ‘조직의 퍼실리테이터’로서,
부서 간 연결과 조정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벽을 허무는 것이 곧 성과다
사일로는 조직이 커질수록,
업무가 전문화될수록 생기는 ‘자연스러운 문제’다.
하지만 그것을 방치하면,
결국 조직은 ‘자기 부서만 살고 전체는 죽는’ 구조로 흘러가게 된다.
진짜 경쟁력 있는 조직은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는 집합체가 아니라
‘공동의 성과’를 향해 조화롭게 움직이는 하나의 유기체다.
오늘, 당신의 조직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그 벽을 허무는 첫 사람이 되어보자.
그것이 협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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